돌발영상 징계, 신보도지침과 청와대 출입기자단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YTN 기자들에 대해 춘추관(청와대 브리핑룸)출입을 3일동안 금지했다.
10일 기자단이 내린 이같은 징계를 두고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이들이 YTN기자들을 상대로 내린 징계 사유는 엠바고 파기다. 과거 정부 주요 부처에서도 엠바고 파기에 따른 기자단의 징계가 있었으나 이번 징계는 좀 차원이 다르다. 돌발영상이 아니었다면 삼성떡값과 관련한 청와대의 엉터리 인사검증시스템을 국민들은 알지 못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또다른 특권층이 되어가고 있음을 알 수있다.
놀라운 사실은 YTN 돌발영상이 인터넷 상에서 삭제되면서 터졌다는 것.
청와대측의 '수정요구'가 있었고 YTN이 내부 회의를 거쳐 삭제했다는데, 청와대가 '수정요구'를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언론통제 논란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과거 참여정부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언론을 비판한 것을 두고도, 언론탄압 운운하며 장외집회를 열었던 여당이, 청와대가 비공개로 '수정요구'를 한 것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기자단의 엠바고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지금까지 엠바고와 관련한 기자단 징계는 수도 없이 있어왔다. 그같은 엠바고 파기에대한 징계 사유는 '국방이나 안보상황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남북관계)'거나 '수사에 혼란을 준다거나(증거인멸도주등)'는 등의 이유 때문이었다. 이 외에도 기자단 내부적으로 보도유예기간을 지킴으로써 사회적 파장이 큰 사안에 대해 공동으로 보도시점을 맞추는 신사협정차원을 위반한 것 등이다.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과연 내부적으로 엠바고를 논의한 것인가?
돌발영상 내용으로 볼때, 이동관 대변인의 요청만 있었고 기자들이 동의했다는 것만 나와있다. 엠바고는 이 대변인과 대답한 기자사이에 맺어진 협정일 뿐이다.
둘째는 엠바고를 요청한 내용이 국민 공공의 이익이나 국정혼란을 부추길만한 중대한 정보와 관련한 사안인가? 아니다. 이는 청와대가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의혹이 있는 인사를 누구인지도 모른 상태에서 무조건 부인만 했다는 인상을 받기에 충분하며 심각한 도덕적 결함이 있음을 숨기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뇌물수수의혹 인사가 국정을 맡는다는 것은 기업과달리 대한민국의 대외 신인도나 국민적 자긍심에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기자단은 돌발영상이 그 일련의 과정을 까발린 것이 쪽팔렸고 괘씸하다는 것이고 자신들만의 정보독점의 속내를 들추어낸 것이 싫었던 것이다.
기자단의 징계를 보니 문득 노무현 정부의 취재지원 선진화방침이 생각난다.
당시 노 대통령은 "출입기자단이 논조까지 담합해 획일적 보도를 주도한다"는 요지의 주장을 펴면서 기자단 개혁을 역설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 주요 부처에 흩어진 브리핑룸을 통폐합하고 특정언론사들이 독점한 기자실을 모두 폐쇄하기로 했다. 이같은 조치에 대해 여론은 적극적인 박수를 쳤지만 기자협회를 중심으로한 언론들은 여론과 달리 큰 반발을 했다.
기자들은 자신들이 정부가 발표하면 '베끼기만 하는 하라'는 거냐며 항의했다. 일부는 언론콤플렉스라는 말까지 써가면서 저항했고 결국 정권이 바뀌고 기자실이 다시 부활했다.
정부 주요 부처 기자단은 당시 성명을 통해 엠바고에 대해 출입처가 아닌 기자단 내부에서 정하겠다고 한 바 있다. 사실 엠바고라는 것은 취재원과 기자단 사이에 협의에 의해 맺어지는 신사협정이니 만큼, 공공의 이익에 반하지 않는다면,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회사의 이익'보다 '국민의 이익'에 앞장서야 하는 것이 언론이기에 기자들에게는 청와대에 국민을 대표해 들어갈 수 있는 특권을 사회적으로 부여한 것이고 그들을 '공기'라 칭하는 것이며 그들에게 감시하고 비판할 권리를 준 것이다.
청와대의 대국민 우롱 폭로한 YTN 돌발영상 수정요구는 언론탄압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YTN돌발영상에 대한 청와대 기자단의 징계는 한마디로 배신행위에 대한 특권의식의 발로다.
돌발영상의 내용을 보면,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이 떡값 의혹 인사들의 명단을 발표하지도 않았는데 이에 앞서 "관련된 인사들을 조사했더니 이상없다"라는 브리핑(백브리핑?)을 했고 이 브리핑 내용을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의 기자회견 이후에 한 것으로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한마디로 떡값의혹인사가 누구인지도 발표하지도 않았는데 청와대가 '제발 저린 사람을 알아서' 조사했거나 아니면 조사하지도 않고 미리 부인부터 했거나 둘중 하나라는 사실이다.
국민들은 청와대가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의 기자회견에 몇시간 앞서 '사실 무근' 발표를 했다는 사실을 알권리가 있고, 정의구현 사제단이 기자회견 도중 청와대 대변인의 백브리핑 행태를 비판하는 내용도 알권리가 있다.
그런데 청와대 기자단은 이같은 사실을 보도하지 않은 것이 들통나 쪽팔렸다는 것이고 그것을 폭로한 돌발영상이 '괘씸하다'는 것이렸다.
최고권력자를 직접 접촉한다는 것은 특권이다.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청와대에 출입한다는 것도 특권이다. 최고 권력층과 접촉하는 기자들인 만큼 엄격한 윤리의식이 수반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났다하여 돌발영상 기자단을 징계한 것은 한마디로 자신들이 언론을 통제하겠다는 발상이요, 청와대의 부정행태를 보호하겠다는 어용사이비언론의 행태일 뿐이다.
과거 정부에서 벌어진 일화 한토막이다.
한 국회의원이 정부산하기관에 전화를 걸어 '전화'를 한 것이 논란이었을 때이다.
여론의 결과는 '권력자가 전화를 걸어 부탁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권력관계에서 하위에 있는 사람에게는 압력이라는 것. 청와대에서 기사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대통령이 발언한 것만을 두고도 언론탄압이라고 한다면, 인터넷에 올라온 돌발영상을 수정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완벽한 "보도지침 " 이 아니고 무엇이랴.
청와대 출입할 권리는 국민이 준 것이다.
청와대 출입기자단에 한마디 한다.
당신들이 대통령을 만나고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재할 권리는
당신들이 당신들의 소속 언론사 입사시험을 통과한 순간 부여된 것이 아니다.
당신들의 사주도 아니고 데스크도 아니다.
당신들이 청와대에 출입할 권리는 국민들이 부여한 것이므로 당신들은 국민들에게 숨김없이 알릴 권리와 의무가 있다.
이명박 청와대의 엉터리 인사검증시스템은 물론, 부정부패 의혹이 있는 인사들에 대해 졸속으로 조사하고 논평한 것을 비판해야할 기자들이, 청와대 대변인의 말에 '옳소'하면서 덜컥 엠바고를 논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YTN 징계는 당장 철회되어야 하며, 청와대 출입기자단은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앞으로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쓰는 모든 기사는 진상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미리부터 '예단'하여 부인부터하는 청와대 대변인의 '점쟁이'브리핑을 받아베낀 것이고, 청와대와 공모하여 국민을 속이는 어용언론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참여정부의 취재지원선진화방침에 대해 '베끼기만 하라는 소리냐'며 반발하던 기자단이, 이번에는 '베끼기를 거부한 돌발영상'을 징계한 것을 보니 차라리 니들은 받아쓰기나 열심히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좋은내용이라 퍼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