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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해요 닭장투어

yk life 2008. 5. 29.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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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시위 가담자들의 연행과 석방이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경찰에 연행돼 조사받는 상황을 무박2일 여행에 빗댄 `닭장투어'라는 유머성 글과 패러디 사진이 누리꾼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 토론방을 중심으로 27일부터 빠르게 퍼지고 있는 `닭장투어' 시리즈에는 `닭장차'로 불리는 경찰 호송버스를 통해 연일 촛불집회 참석자들이 수십명씩 연행되고 있는 상황을 풍자하는 글과 패러디 사진들이 올라와 있다.

"경찰청이 국민을 상대로 무료 닭장차 투어 서비스를 한다. 서비스는 `즐거운 신분조회', `닭차 안에서 정모', `사진 퍼레이드' 등이 있다"라는 글이 있는가 하면 "함께 해요, 닭장투어"라는 말풍선이 달린 신데렐라가 가이드 처럼 호송버스 앞에서 안내를 하는 합성사진도 등장한다.

네티즌들은 공안당국이 27일 긴급 대책협의회를 갖고 강경 원칙을 밝힌데 이어 실제 이날 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113명을 무더기로 체포하자 이같은 풍자를 통해 에둘러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최근 연행된 시민들이 실제 `닭장차' 안에서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서로 웃으며 기념 삼아 휴대전화로 '기념 사진촬영'을 하는 등 세태 변화를 절감케 하고 있다는 게 검ㆍ경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과거 `닭장차'를 보며 위축감을 느꼈던 기성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이런 모습을 보며 가두시위자 연행ㆍ조사에 관여한 경찰관들은 "엄연한 현행범으로 체포된 사람들이 마치 경찰서에 놀러온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어리둥절해하기도 한다.

이런 변화에 대해 일각에서는 진보 성향 단체들이 주도하던 기존 대형 집회ㆍ시위와 달리 최근 촛불집회의 경우 젊은 네티즌 층이 행사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을 차이점의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와함께 386세대와 50대 장년층이 과거 5공화국 시절 '백골단'의 폭력에 맞서 결연한 태도로 민주화 시위에 나선 것과 달리 월드컵 거리응원 분위기에 익숙한 젊은 누리꾼들은 거리행진을 일종의 축제처럼 생각하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집회 참석자들과 네티즌들이 부당하다고 여기는 것에 대한 불복종 운동으로 스스로 여기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실정법을 어기면서 공권력을 무시하거나 전혀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 공안당국 관계자는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기 위해 시위를 하고 집회를 여는 것은 시민의 당연한 권리이지만 법을 어기면서 타인에게 불편을 끼치고도 오히려 공권력을 희화화하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setuz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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